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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임팩트가 부족해요 - 클라이언트의 불명확한 피드백과 싸우기

뭔가 임팩트가 부족해요 - 클라이언트의 불명확한 피드백과 싸우기

뭔가 임팩트가 부족해요 화요일 오후 3시 회의실에 들어갔다. 클라이언트 세 명. 우리 팀 네 명. 2주 작업한 브랜드 아이덴티티 중간 발표. "컨셉은 '도시 속 자연'입니다. 유기농 카페 브랜드의 본질을 담았어요." 무드보드를 넘긴다. 로고 시안 세 개. 컬러 팔레트. 타이포그래피 시스템. 어플리케이션 목업까지. 준비는 완벽했다.대표님이 팔짱을 꼈다. 30초 침묵. 아 이거 시작이다. "좋은데요. 근데 뭔가... 임팩트가 부족한 것 같아요." 임팩트. 이 단어가 나오면 회의는 최소 1시간 더 간다. 경험상.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끼셨나요?" "음... 전체적으로요? 뭔가 확 와닿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뭐가 확인데. 마케팅 팀장이 거든다.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임팩트가 약해요." 두 명. 경영지원실장까지. "네, 저도 그 느낌 알 것 같아요." 세 명. 만장일치. 임팩트 부족. 임팩트의 정의 회사로 돌아왔다. 팀장이 물었다. "임팩트가 뭐래?" "모르겠어요. 물어봤는데 전체적으로래요." "전체적으로가 제일 답답하지." 맞다. 10년 가까이 이 일 했다. '임팩트 부족'이라는 피드백을 최소 50번은 들었다. 그런데 매번 의미가 다르다. 어떤 클라이언트의 '임팩트'는 '더 화려하게'였다. 어떤 클라이언트의 '임팩트'는 '더 심플하게'였다. 또 어떤 클라이언트는 '임팩트'가 '고급스럽게'를 뜻했다. 같은 단어. 다른 뜻. 디자이너는 번역가가 되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감정을 디자인 언어로 바꾸는.수요일 오전, 역질문의 기술 다시 미팅을 잡았다. 이번엔 내가 준비했다. "'임팩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볼까요?" 화이트보드를 꺼냈다. 질문 리스트. "지금 느끼시는 건 1) 시각적으로 약해서? 2) 메시지가 불명확해서? 3) 경쟁사 대비 차별성이 없어서?" 대표님이 생각했다. "음... 2번? 메시지가 좀." "메시지요. '도시 속 자연'이라는 컨셉이 잘 안 보인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컨셉은 좋아요. 근데 이게 우리 브랜드인지 잘 모르겠어요." 시작이다. 진짜 이슈가 나온다. "브랜드 정체성이 약하다는 거군요. 그럼 '자연'보다 '우리만의 자연'을 더 강조해야겠네요." "맞아요, 그거!" 임팩트 = 브랜드 고유성. 하나 잡았다. 마케팅 팀장은 달랐다. "저는 색이요. 너무 차분해요. 저희가 MZ 타겟인데." "MZ요? 브리프에는 3040 직장인이라고." "아 그건 1차 타겟이고요, 확장은 MZ로 가려고요." 처음 듣는 얘기다. "그럼 타겟을 두 개로 봐야 하는 거네요. 지금 컬러는 3040 직장인용이에요. MZ까지 고려하려면 톤앤매너를 조정해야 해요." "그렇게 해주세요!" 임팩트 = 타겟 확장성. 둘 잡았다. 경영지원실장의 차례. "전 솔직히 로고가 좀... 경쟁사 A랑 비슷해 보여요." "어떤 점에서요?" "둘 다 녹색에 나뭇잎 모티브잖아요." "유기농 카페 브랜드는 90%가 녹색에 나뭇잎이에요. 대신 저희는 서체와 심볼 조합으로 차별화했습니다." "그래도 임팩트가..." "경쟁사와 완전히 다른 색을 원하시나요? 예를 들어 블랙 베이스?" "오, 그거 좋을 것 같은데요?" 임팩트 = 예상 밖의 선택. 셋 잡았다.임팩트의 실체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은 거의 항상 불명확하다. 그런데 그게 클라이언트 잘못은 아니다. 그들은 디자이너가 아니다. 자기 감정을 디자인 용어로 설명할 수 없다. 그냥 '뭔가 아니다'라는 느낌만 있다. 우리 일은 그 느낌을 해독하는 거다. 9년 하면서 발견한 것들: 임팩트 부족 = 브랜드 정체성 미약 (40%) "이게 우리 브랜드인지 모르겠어요" → 고유성 강화 필요. 임팩트 부족 = 타겟 불일치 (30%) "우리 고객이 좋아할까요?" → 타겟 재정의 필요. 임팩트 부족 = 경쟁사 차별화 부족 (20%) "다른 브랜드랑 비슷해요" → 시장 분석 재검토. 임팩트 부족 = 그냥 마음에 안 듦 (10%) "뭔가 아니에요" → 이건 솔직히 답이 없다. 마지막 10%가 제일 힘들다. 감으로 가는 거라서. 수요일 오후, 역제안 질문으로 이슈를 세 개 잡았다. 이제 해결책이다. "정리하면, 세 가지 방향이 나왔어요." 화이트보드에 썼다. 방향 1: 브랜드 고유성 강화'도시 속 자연'에서 '당신만의 정원'으로 컨셉 조정 개인화 메시지 강화 타이포그래피를 더 독특하게방향 2: MZ 타겟 반영컬러 팔레트에 비비드 포인트 추가 SNS 중심 어플리케이션 개발 인포그래픽 스타일 간소화방향 3: 블랙 베이스 실험유기농 = 녹색 공식 깨기 프리미엄 도시 카페 이미지 경쟁사 대비 극단적 차별화"세 방향 다 해보시겠어요? 아니면 하나 선택하시겠어요?" 대표님이 웃었다. "다 좋은데, 일정은요?" "방향 하나면 1주. 세 개 다 하면 2주 반." "예산은요?" "방향 하나는 현재 계약 내. 세 개는 추가 견적 필요해요."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다. 일정과 예산 없이 '다 해보자'는 건 지옥이다. "2번으로 가죠. MZ 반영. 확장 가능성이 제일 크니까." 결정 났다. 목요일, 재작업 방향이 명확해지니까 작업이 빠르다. 컬러 팔레트에 코랄 핑크 추가. 세이지 그린 채도 올림. 포인트 옐로우 신설. 타이포그래피는 산세리프 비중 높임. 가독성보다 임팩트. MZ는 직관이다. 인스타그램 템플릿 10종 만듦. 스토리 전용 심볼 단순화. GIF 움직임 추가. 밤 11시까지 작업했다.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문자 보냈다. "내일 일찍 들어갈게." 답장: "나도 야근. ㅋㅋ 내일 브런치?" 업계 부부의 장점. 서로 이해한다. 금요일 오후, 재발표 같은 회의실. 같은 사람들. "지난번 피드백 반영했습니다. MZ 타겟 확장 중심으로." 새 무드보드를 펼쳤다. 컬러가 확 달라졌다. 밝고 경쾌하다. 대표님 눈빛이 달라졌다. "오, 이거 좋은데요?" 마케팅 팀장이 폰으로 사진 찍는다. "인스타에 잘 먹히겠어요!" 경영지원실장도 고개를 끄덕인다. "임팩트 확실히 살았네요." 임팩트. 같은 단어인데 이번엔 칭찬이다. 임팩트의 진실 '임팩트'는 디자인 용어가 아니다. 감정 용어다. 클라이언트가 '임팩트 부족'이라고 할 때, 실제로는:"내 기대와 달라요" "우리 브랜드 같지 않아요" "경쟁사보다 약해 보여요" "타겟이 좋아할지 불안해요" "뭔가 아닌 것 같아요"이 중 하나다. 우리 일은 그 '뭔가'를 찾는 거다. 질문으로. 대화로. 때로는 역제안으로. 9년 차가 되어서야 안 건, 좋은 디자인보다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먼저라는 것. 클라이언트의 불명확한 피드백은 적이 아니다. 단서다. 그 단서를 풀어내는 게 시니어의 역할이다. 화려한 포트폴리오보다 중요한 건, 클라이언트의 말을 제대로 듣는 귀다. 그리고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걸 디자인으로 번역하는 능력. 임팩트는 클라이언트의 머릿속에 있다. 우리는 그걸 꺼내서 화면에 옮길 뿐이다. 월요일 아침 메일이 왔다. "최종안 승인합니다. 다음 주 목요일 최종 PT 일정 잡아주세요." 2주 만에 중간 발표 통과. 나쁘지 않다. 팀 단톡방에 공유했다. "고생했어요 다들." 주니어 디자이너가 물었다. "형, '임팩트 부족'이라는 피드백 오면 어떻게 대응해요?" "물어봐. 계속. 구체적으로 될 때까지." "그럼 클라이언트 기분 나빠하지 않아요?" "정중하게 물어보면 오히려 좋아해. 자기 말 들어주는 거니까." 진짜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가 방어적으로 나오는 걸 싫어한다. "이게 정답입니다"라는 태도도 싫어한다. 대신 "당신의 생각을 이해하고 싶습니다"라고 하면 마음을 연다. 디자인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클라이언트와 함께 만드는 거다. 그들의 불명확한 피드백도, 사실은 협업의 일부다.'임팩트'라는 단어 뒤에는 항상 진짜 니즈가 숨어 있다. 찾아내는 게 우리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