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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의
- 28 Dec, 2025
직원 20명 에이전시의 현실, 작고 민첩하다는 것의 의미
직원 20명 에이전시의 현실, 작고 민첩하다는 것의 의미 오전 10시, 대표님이 부른다 출근했다. 커피 한 잔 마시기도 전에 대표님한테 호출됐다. "브랜드, 잠깐만." 이럴 땐 십중팔구 긴급 건이다. 회의실에 들어갔더니 신규 클라이언트 PT 제안서가 책상 위에 있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오늘이 수요일이다. "이거 우리가 해볼 만할 것 같아?" 대표님이 묻는다. 솔직히 일정은 빡빡하다. 근데 프로젝트 자체는 재밌어 보인다. 로컬 베이커리 브랜드 리뉴얼. 작지만 철학이 있는 클라이언트. "해볼 만해요." 대답했다. 대표님이 웃는다. "그럼 맡길게. 진우랑 수민이 붙여줄게." 이게 20명 에이전시다. 의사결정이 5분이면 끝난다. 대형 에이전시였으면 이런 건 회의만 세 번은 했을 거다.전략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PT도 한다 점심 먹고 돌아와서 신규 PT 준비 시작했다. 먼저 브랜드 전략부터 짜야 한다. 큰 회사였으면 전략팀이 따로 있다. 우리는? 나다. 시니어 디자이너가 전략도 짠다. 경쟁사 분석했다. 타겟 고객 정의했다. 브랜드 포지셔닝 키워드 뽑았다. 이게 2시간. 그다음 무드보드 만들기 시작했다. 레퍼런스 이미지 50장 모았다. 색상 팔레트 정리했다. 폰트 후보 추렸다. 이게 또 2시간. 오후 4시쯤 진우가 물어본다. "형, 이거 타이포 방향 어떻게 갈까요?" 주니어 디자이너 가이드도 내가 한다. 아트디렉터 역할이다. "먼저 손으로 스케치 몇 개 해봐. 디지털 작업은 그다음." 진우가 고개 끄덕이고 돌아간다. 저녁 6시. 대표님이 또 부른다. "PT 구성 어떻게 갈 거야?" PT 스토리라인 설명했다. "좋아. 근데 예산안도 같이 넣어줘." 아, 견적서도 내가 만든다. 프로젝트 타임라인 짜고, 단계별 비용 산출하고. 이게 30분. 20명 에이전시 시니어는 멀티플레이어다. 전략가, 디자이너, 아트디렉터, 기획자, 영업. 전부 다 한다. 처음엔 힘들었다. 지금은? 이게 재밌다. 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주도한다. 오너십이 확실하다.클라이언트가 이름을 기억한다 목요일 오전. 기존 클라이언트한테 전화 왔다. "박브랜드님, 저번에 만들어주신 명함 디자인이요. 혹시 봉투도 같은 컨셉으로 가능할까요?" 이게 작은 에이전시의 장점이다. 클라이언트가 담당자 이름을 안다. 큰 회사는? "거기 담당자 분 좀 바꿔주세요." 이렇게 시작한다.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른다. 프로젝트 끝나면 관계도 끝이다. 우리는 다르다. 프로젝트 끝나고도 연락 온다. 작은 수정 요청도 우리한테 온다. "박브랜드님이 우리 브랜드 제일 잘 아시잖아요." 이런 말 들으면 기분 좋다. 내가 만든 브랜드가 성장하는 걸 계속 지켜본다. 작년에 작업한 카페 브랜드. 요즘 인스타그램 보면 잘나가고 있다. 사장님이 가끔 인스타 DM 보낸다. "덕분에 잘되고 있어요." 이런 거. 큰 에이전시 다닐 땐 몰랐다. 프로젝트가 숫자였다. 지금은 관계다.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작년 클라이언트 만났다. "어, 박브랜드님!" 반갑게 인사한다. 같이 밥 먹었다. 새 프로젝트 이야기 나왔다. "다음에도 박브랜드님이랑 하고 싶어요." 이게 영업이다. 따로 영업팀 없어도 프로젝트가 들어온다.빠르게 움직인다는 것 금요일 아침. 어제 만든 PT 초안 내부 리뷰했다. 대표, 나, 진우, 수민. 네 명이서 30분 동안 피드백 주고받았다. "이 슬라이드 순서 바꾸자." "이 레퍼런스는 빼자." "색상 팔레트 하나 더 추가하면 어때?" 의견 나온 거 바로 적용한다. 점심 전에 수정 끝났다. 큰 회사였으면? 피드백 정리하고, 문서화하고, 다음 회의 잡고. 일주일 걸린다. 우리는 반나절이면 끝이다. 속도가 빠른 이유는 간단하다. 의사결정 라인이 짧다. 대표님한테 바로 보고한다. 중간 관리자 없다. 팀장, 본부장, 임원. 이런 거 없다. 대표님이 OK 하면 바로 진행한다. 이게 클라이언트한테도 좋다. 수정 요청 들어오면? 당일에 반영한다. "내일 오전까지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실제로 가능하다. 야근하면 된다. 20명이라 누가 뭐 하는지 다 안다. 리소스 조정도 빠르다. 작년에 큰 프로젝트 하나 있었다. 대형 에이전시랑 경쟁 PT였다. 클라이언트가 우리 선택했다. 이유를 물어봤다. "빠르고 유연할 것 같아서요. 큰 회사는 시스템은 좋은데 답답해 보였어요." 맞다. 우리는 시스템이 약하다. 근데 민첩하다. 상황에 맞춰 움직인다. 매뉴얼대로 안 한다. 클라이언트 니즈에 맞춰 프로세스를 조정한다. 이게 경쟁력이다. 모든 걸 다 봐야 한다는 압박 월요일 오전. PT 최종 점검하고 있는데 수민이가 급하게 온다. "브랜드 형, 저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목업 파일이 안 열린다고. 프로그램 버전 문제다. 10분 동안 같이 해결했다. 디자인 작업 돌아갔다가 또 호출. 이번엔 진우다. "형, 클라이언트가 급하게 수정 요청했는데 방향을 못 잡겠어요." 같이 앉아서 30분 동안 컨셉 다시 잡았다. 점심 먹고 돌아오니 대표님한테 메시지. "브랜드, 견적서 검토 좀 해줘." 신규 프로젝트 견적이다. 공수 계산하고, 일정 체크하고, 예산 조정했다. 30분 걸렸다. 오후 3시. 드디어 내 작업 시작한다. 근데 1시간 후 또 끊긴다. 클라이언트 전화. "로고 컬러 한 톤만 더 밝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 30분 드릴게요." 수정했다. 메일 보냈다. 시니어 디자이너 일과가 이렇다. 내 작업 50%, 나머지 50%는 다른 사람 도와주기. 큰 회사였으면? 내 작업에만 집중한다. 주니어는 주니어 담당 선임이 본다. 견적은 PM이 한다. 역할이 명확하다. 20명 에이전시는? 역할이 겹친다. 시니어가 디자인도 하고, 멘토링도 하고, 기획도 하고, 견적도 본다. 처음엔 집중 안 돼서 힘들었다. 지금은 시간 분배를 배웠다. 오전에 집중 작업, 오후에 협업 및 피드백. 이렇게 루틴 만들었다. 근데 가끔 벅차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 싶을 때가 있다. 디자이너인지 매니저인지 헷갈린다. 포트폴리오에 넣을 작업은 언제 하나 싶다. 모든 프로젝트가 내 작품이다 화요일. 지난주에 진행한 PT 결과 나왔다. 우리가 선정됐다. 팀 전체가 좋아한다. 작은 에이전시라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한 건 따내면 다 같이 기뻐한다. 큰 회사는? 프로젝트가 많다. 하나 따내도 별 감흥 없다. 내가 관여 안 한 프로젝트도 많다. 회사 실적이지 내 실적은 아니다. 20명 에이전시는 다르다. 모든 프로젝트를 안다. PT 준비할 때 다 같이 의견 낸다. 누가 어떤 프로젝트 하는지 다 안다. 점심 먹으면서 프로젝트 이야기한다. "너네 그거 어떻게 됐어?" "클라이언트 반응 좋았어." 이게 좋다. 소속감이 있다. 내가 회사 성장에 기여한다는 느낌. 큰 회사에선 톱니바퀴 하나였다. 여긴 엔진의 일부다. 내가 잘하면 회사가 잘된다. 내가 못하면 회사가 어렵다. 책임감이 크다. 포트폴리오도 풍부해진다. 다양한 역할 해봤으니까. 전략, 디자인, 아트디렉션, PT. 전부 경험이다. 이직할 때 유리하다. "다양한 역할 수행 가능"이 진짜가 된다. 작년에 에이전시 어워드 하나 받았다. 팀 전체가 시상식 갔다. 20명 다. 큰 회사는? 대표랑 임원 몇 명만 간다. 우리는 전부 갔다. 다 같이 축하했다. 회사 돈으로 고기 먹었다. 이런 게 작은 회사의 맛이다. 한계도 분명하다 수요일 오후. 클라이언트가 영상 브랜딩 문의했다. "모션 그래픽이랑 브랜드 필름도 같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애매하다. 우리 회사에 영상팀 없다. 외주 맡겨야 한다. 근데 외주 관리도 리소스다. 큰 회사는? 자체 영상팀 있다. 3D도 하고 모션도 한다. 원스톱 솔루션이다. 우리는 브랜드 디자인 특화다. 로고, 패키지, 인쇄물, 웹. 이게 메인이다. 영상은 협력사 통한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다. 창구가 여러 개니까. 시스템도 약하다. 프로젝트 관리 툴? 노션 쓴다. 큰 회사는 전용 PM 시스템 있다. 결재 라인? 대표님한테 카톡. 큰 회사는 전자결재 시스템이다. 복지도 솔직히 약하다. 대기업처럼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경조사비. 이런 거 없다. 있긴 한데 규모가 작다. 연봉도 대형 에이전시보다 낮다. 시니어인데 6200만원. 대형은 8000만원 이상 받는다. 안정성도 떨어진다. 프로젝트 몇 개 날아가면? 회사가 흔들린다. 큰 회사는 프로젝트 수백 개다. 몇 개 없어져도 끄떡없다. 우리는? 한 분기에 프로젝트 대여섯 개다. 하나가 크다. 작년 말에 큰 프로젝트 하나 없어졌다. 클라이언트 사정으로 보류됐다. 팀 분위기가 안 좋았다. 보너스 기대했는데 못 받았다. 이런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여기 있는 이유 목요일 저녁. 야근하고 있는데 대표님이 커피 사왔다. "다들 고생 많아." 같이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했다. 다음 분기 계획, 신규 클라이언트 전망, 회사 방향성. 큰 회사에서 이런 대화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대표 얼굴도 모른다. 전략은 위에서 내려온다. 우리는? 전략 회의에 시니어도 참여한다. 의견 낸다. 반영된다. 이게 좋다. 내가 회사를 만들어간다는 느낌. 큰 회사는 이미 만들어진 곳에 들어간다. 시스템 따라간다. 여긴? 시스템을 같이 만든다. 프로세스 개선 제안하면 바로 적용된다. 성장도 빠르다. 입사 3년 만에 시니어 됐다. 큰 회사였으면? 5년은 걸렸을 거다. 승진 적체 심하다. 여긴 실력 있으면 빨리 올라간다. 포지션도 유동적이다. "이번 프로젝트 네가 리드 해봐." 기회가 많이 온다. 자유도도 높다. 출퇴근 자율이다. 오전 10시 출근이 원칙인데 안 지켜도 된다. 재택도 필요하면 한다. 큰 회사는? 규정 엄격하다. 30분 지각하면 반차 처리. 무엇보다 사람이 좋다. 20명이라 다 안다. 이름, 성격, 작업 스타일. 점심 먹으면서 농담한다. 주말에 같이 전시회 간다. 회식도 부담 없다. 큰 회사는? 같은 층 사람도 모른다. 지난달에 진우가 처음 프로젝트 리드 했다. 떨려서 PT 전날 밤새 연습했다. 내가 같이 리허설 봐줬다. PT 잘 끝났다. 진우가 고마워했다. "형 덕분이에요." 이런 게 보람이다. 작다는 것의 의미 금요일 오전. 이번 주 프로젝트 정리하고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 PT 준비, 기존 클라이언트 수정 작업, 주니어 멘토링, 견적서 작성, 신규 문의 응대. 일주일 동안 다섯 가지 역할 했다. 피곤하다. 근데 지루하진 않다. 매일 다른 일 한다. 똑같은 작업 반복 안 한다. 큰 회사는? 로고만 1년 내내 그린다. 시니어인데도 단순 작업 많다. 여긴? 전략부터 실행까지 다 한다. 작은 에이전시 시니어는 제너럴리스트다. 모든 걸 조금씩 한다. 큰 회사 시니어는 스페셜리스트다. 한 분야를 깊게 판다. 어느 게 좋은가? 사람마다 다르다. 나는? 제너럴리스트가 맞다. 한 가지만 계속하면 답답하다. 다양한 일 하는 게 좋다. 그래서 여기 있다. 6년째다. 언젠가는 대형 에이전시 가볼까 생각한 적 있다. 연봉도 높고, 프로젝트 스케일도 크고, 복지도 좋고. 근데 안 갔다. 여기가 편하다. 내 속도로 일할 수 있다. 클라이언트랑 관계 쌓을 수 있다. 팀원들이랑 같이 성장한다. 작다는 건 약점이다. 동시에 강점이다. 시스템은 약하지만 민첩하다. 규모는 작지만 관계는 깊다. 안정적이진 않지만 성장은 빠르다. 이게 20명 에이전시다. 점심시간이다. 팀원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나간다. "오늘 뭐 먹지?" "중식?" "좋아." 이렇게 정한다. 회의 없다. 투표 없다. 그냥 걸으면서 정한다. 이것도 작은 회사라 가능한 거다.작고 민첩하다는 건, 모든 걸 다 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모든 걸 다 경험한다는 뜻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