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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전날 밤, 야근실의 진실

프레젠테이션 전날 밤, 야근실의 진실

프레젠테이션 전날 밤, 야근실의 진실 11시 30분, 시작 PT 자료 마지막 점검 시작했다. 내일 오전 10시 미팅. 클라이언트는 식음료 브랜드 런칭 준비하는 스타트업 대표. 투자 받은 돈으로 브랜딩 하는 거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팀장이 옆에 앉았다. "로고 세 번째 안, 색상 다시 볼까?" 시작됐다. 이 시간부터가 진짜다. 오후 6시까지 완성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퇴근 전에 한 번 보자던 게 4시간째다. 슬라이드 42장. 하나씩 넘기면서 호흡 확인한다. PT는 리듬이다. 너무 빠르면 클라이언트가 못 따라온다. 너무 느리면 지루해한다. "여기 컨셉 설명 슬라이드, 레퍼런스 이미지 하나 더 넣자." 팀장 말에 레퍼런스 폴더 뒤진다. 500장 넘는다. 한 달 동안 모은 거다. 브랜드 컨셉이 '정직한 맛'. 가공 최소화, 로컬 재료. 그 느낌 살린 이미지 찾는다.자정, 디테일의 늪 폰트 크기 2pt 차이로 30분 씀. 웃긴다. 근데 중요하다. 슬라이드 14번, 브랜드 네이밍 설명 부분. 본문이 타이틀을 먹는다. 위계가 안 보인다. 18pt에서 16pt로. 행간 150%에서 160%로. 다시 본다. 낫다. 근데 뭔가 또 이상하다. 자간이다. -10 줬더니 답답하다. -5로. "박브랜드, 커피." 팀장이 캔커피 던져줬다. 세 번째다 오늘. 클라이언트가 궁금해할 질문 리스트 뽑는다. 예상 질문 15개. "로고가 너무 심플한 거 아닌가요?" "경쟁사 ㅇㅇ브랜드랑 비슷해 보이는데요?" "색상을 좀 더 밝게 하면 안 될까요?" 답변 준비한다. 심플한 이유. 경쟁사와의 차별점. 색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연결고리. 논리 있어야 한다. 감으로 한 거 없다. 다 이유가 있다. PT 대본 읽어본다. 소리 내서. 중얼중얼. "이 브랜드의 핵심 가치는 정직함입니다. 그래서 로고 타입은..." 어색하다. 다시. "이 브랜드는 정직함에서 시작합니다." 낫다. 1시, 이미지 교체 사건 문제 발견했다. 슬라이드 23번. 패키징 목업 이미지. 해상도 낮다. 확대하면 깨진다. 프로젝터로 쏘면 티 난다. 목업 파일 다시 연다.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로고 다시 배치한다. 스마트 오브젝트 업데이트. 포토샵으로 넘어간다. 그림자 다시 조정. 질감 레이어 투명도 75%에서 60%로. 30분 걸렸다. 렌더링하고 키노트에 다시 넣는다. 비교한다. 확실히 다르다. 이런 거다. 클라이언트는 못 느낄 수도 있다. 근데 우리는 안다. 프로페셔널은 디테일에 있다.팀장이 슬라이드 전환 효과 확인한다. "여기 페이드 말고 푸시로." "여기는 전환 없이 바로." 리듬 조절이다. 강조할 곳에서 멈춘다. 넘어갈 곳에서 빠르게 간다. 사운드 체크도 한다. 노트북 스피커로. 내일 회의실 스피커는 더 크다. 음악 넣은 부분 볼륨 조절. 브랜드 필름 30초짜리. BGM이 너무 크면 대사 안 들린다. 2시, 컨셉의 재확인 팀장이 말했다. "처음부터 다시 보자. 우리가 전달하려는 게 뭐지?" 피곤한데 필요한 질문이다. 디테일에 빠지면 본질 잊는다. 슬라이드 1번부터 42번까지 쭉 넘긴다. 말 안 하고 그냥 본다. 브랜드 컨셉: 정직한 맛. 타겟: 건강 의식 있는 3040 여성. 핵심 메시지: 가공 없이, 있는 그대로. 비주얼 방향: 미니멀, 따뜻함, 신뢰. 맞다. 슬라이드마다 이게 보인다. 로고의 둥근 서체. 자연스러운 색상. 여백 많은 레이아웃. 다 연결된다. "좋아. 일관성 있어." 팀장이 고개 끄덕인다. 근데 또 문제 발견. 슬라이드 31번. 어플리케이션 예시 부분. 쇼핑백 목업이 너무 세련됐다. 브랜드 톤이랑 안 맞는다. 고급스러움보다 친근함이 먼저여야 한다. 이미지 교체. 폴더에서 다른 목업 찾는다. 크라프트지 느낌 나는 거. 이게 맞다. 바꾼다.2시 40분, 예상 시나리오 PT 시뮬레이션 시작한다. 팀장이 클라이언트 역할. 나는 발표자. "안녕하세요. 오늘 준비한..." "잠깐, 좀 더 편하게. 너무 격식 차리지 마." 다시. "대표님, 한 달 동안 고민한 결과 가져왔습니다. 먼저 브랜드 컨셉부터..." "좋아. 그 톤으로." 쭉 진행한다. 10분쯤 갔을 때 팀장이 끊는다. "여기서 로고 설명할 때, 왜 이 서체 선택했는지 바로 말해. 질문 나오기 전에." 맞다. 선제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대본 수정한다. "이 서체는 기하학적이지만 모서리가 둥급니다. 정직하지만 딱딱하지 않다는..." 다시 처음부터. 이번엔 20분 갔다. "색상 선택 이유 파트, 레퍼런스 이미지 먼저 보여주고 설명하자." 순서 바꾼다. 세 번째. 끝까지 갔다. 42분 걸렸다. 적당하다. 질의응답 포함하면 1시간. 클라이언트가 예약한 시간이 1시간 반. 여유 있다. 새벽 3시, 마무리 의식 마지막 체크. 파일 이름 확인. "브랜드명_PT자료_20250129_Final". 버전 관리 중요하다. 내일 아침에 급하게 수정할 수도 있다. 백업한다. 이메일로 자기 자신한테 보낸다. 클라우드에도 올린다. USB에도 복사. 노트북에 원본. 총 네 군데. 파일 날아가면 끝이다. 인쇄물 체크리스트 본다. 명함 크기로 뽑은 로고 시안 세트. 내일 아침 9시에 출력소 가서 찾는다. 실물로 보여줘야 한다. 화면이랑 다르다. 팀장이 일어났다. "고생했다. 내일 잘하자." "네. 고생하셨습니다." 사무실 불 끈다. 비상등만 남는다. 컴퓨터 슬립 모드. 내일 아침 9시 출근. 6시간 남았다. 집 가는 길. 택시 탄다. 야근비 나온다. 창밖 본다. 새벽 3시 서울. 불 꺼진 건물들. 어디선가 누군가 또 PT 준비하고 있겠지. 의식의 의미 PT 전날 밤 야근. 힘들다. 근데 필요하다. 낮에는 못 보는 게 보인다. 집중도가 다르다. 전화 안 온다. 메일 안 온다. 방해 없다. 오롯이 PT 자료에만 집중한다. 디테일 잡는 시간이다. 폰트 2pt, 여백 5px, 색상 투명도 10%. 이런 거 신경 쓴다. 클라이언트는 모를 수도 있다. 근데 우리는 안다. 이 디테일이 쌓여서 완성도가 된다. 브랜드 컨셉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우리가 왜 이 디자인을 했는지. 어떤 의도인지. 무엇을 전달하려는지. 본질로 돌아간다. 팀 호흡 맞추는 시간이다. 발표는 내가 하지만 결과는 팀이 만든다. 서로 체크하고 피드백하고 조율한다. 같은 방향 본다. 그리고 각오 다지는 시간이다. 내일 PT 잘해야 한다. 클라이언트 설득해야 한다. 한 달 작업이 한 시간에 달렸다. 긴장된다. 근데 준비했다. 할 수 있다. 새벽 3시까지 하는 이유. 완벽을 위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을 위해서다. 내일 PT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경쟁사가 이길 수도 있다. 클라이언트 취향이 다를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이 시간이 단순한 야근이 아니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의식이다. 컨셉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프로페셔널의 자세를 확인하는 순간이다.내일 10시 PT. 준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