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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ance와 Dribbble에 올리지 않는 프로젝트

Behance와 Dribbble에 올리지 않는 프로젝트

결과물은 좋았다 회사에 출근했다. 월요일이다. 메일함을 열었다. 클라이언트로부터 최종 승인 메일이 와 있다. "브랜드 런칭 성공적이었습니다. 매출 전년 대비 230% 상승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6개월 걸린 프로젝트다. 컨셉 회의만 8번. 로고 시안 47개. 프레젠테이션 3차까지 갔다. 결과는 좋았다. 클라이언트도 만족했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근데 포트폴리오에 못 올린다. NDA 때문이다.세상에 없는 작업들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열었다. 올라간 프로젝트 수: 23개. 최근 3년 작업: 47개. 반도 안 된다. Behance에 올린 프로젝트들. 다들 좋아한다. 하트 수백 개씩 받는다. 근데 정작 내가 자랑하고 싶은 건 거기 없다. 작년에 했던 스타트업 브랜딩. 시리즈A 투자 받는 데 큰 역할 했다. 올해 런칭한 식음료 브랜드. 편의점 3사 동시 입점. 지난달 끝낸 부동산 브랜드. 분양률 98%. 전부 NDA 걸려 있다. 2년 뒤에나 공개 가능하다. 어떤 건 영구 비공개다. 클라이언트 입장은 이해한다. 경쟁사가 컨셉 베끼는 거 막아야 한다. 브랜드 전략 유출되면 안 된다. 근데 디자이너 입장에선 답답하다. 내 최고의 작업들이 내 포트폴리오에 없다.면접 때마다 반복되는 상황 지난주에 헤드헌터한테 연락 왔다. 외국계 에이전시다. 연봉 30% 인상 제안. "포트폴리오 먼저 보내주세요." 보냈다. 3일 뒤 회신 왔다. "좋은데요. 그런데 최근 작업 중에 더 볼 수 있는 게 있나요?" 있다. 5개나 있다. 근데 다 못 보여준다. "죄송합니다. NDA 때문에..." 이 멘트 올해만 7번 했다. 면접 보면 항상 묻는다. "가장 자신 있는 프로젝트가 뭔가요?" 대답 못 한다. 정확히는, 말할 수 없다. 실제로 가장 잘한 프로젝트. 브랜드 전략부터 BI, 패키지, 웹사이트, 마케팅 콜라터럴까지 전부 다 했다. 8개월 걸렸다. 런칭 후 브랜드 인지도 73% 상승. 근데 설명 못 한다. "말씀드릴 수 없는 프로젝트인데..."로 시작한다. 면접관 표정이 미묘해진다. '정말로 그런 프로젝트가 있긴 한 건가?' 하는 눈빛. 억울하다.Dribbble 스타들의 비밀 Dribbble 들어갔다. 트렌딩 샷들 봤다. 예쁘다. 깔끔하다. 컨셉 명확하다. 근데 뭔가 현실감이 없다. 실제 클라이언트 작업 아닌 거 티 난다. Personal Project라고 적혀 있다. 이해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만드는 거다. 나도 해봤다. 가상의 커피 브랜드. 컨셉부터 패키지까지 다 만들었다. Behance에 올렸다. 반응 좋았다. 근데 찝찝하다. 실제 프로젝트의 무게가 다르다. 클라이언트 설득. 예산 조율. 제작 실현 가능성. 시장 테스트. 이런 과정 없이 만든 작업은 가볍다. Personal Project 10개보다 실제 프로젝트 1개가 더 의미 있다. 근데 그 1개를 못 보여준다. 업계 선배가 말했다. "진짜 실력자들 포트폴리오는 텅텅 비어 있어." 맞는 말이다. 큰 프로젝트 할수록 NDA 빡세다. 대기업 계열사 작업. 상장 준비 중인 회사. 해외 진출 브랜드. 전부 기밀이다. 결국 온라인에 떠도는 건 작은 프로젝트들이거나 가상 작업들이다. 실제 시장을 움직인 브랜딩은 어둠 속에 있다. 숫자로만 말할 수 있는 것들 동료 디자이너랑 술 마셨다. 비슷한 고민 있다고 했다. "그래도 성과는 말할 수 있잖아." 맞다. 프로젝트 디테일은 못 보여줘도 결과는 말할 수 있다.브랜드 인지도 65% 상승 매출 전년 대비 180% 증가 웹사이트 트래픽 320% 증가 SNS 팔로워 4만 명 증가숫자는 구체적이다. 근데 뭔가 공허하다. 디자인은 시각적이다. 컬러,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 눈으로 보는 거다. 숫자만 나열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면접관이 물었다. "좋은 성과네요. 근데 실제 디자인은 어떻게 생겼나요?" 보여주고 싶다. 근데 못 보여준다. 답답하다. 2년 뒤의 자랑 회사 서버에 '공개 대기' 폴더가 있다. 내 폴더에 프로젝트 17개 들어 있다. 가장 오래된 건 2022년 프로젝트다. 올해 말이면 공개 가능하다. 근데 2년 지난 작업이다. 그때 트렌드로 만들었다. 지금 보면 약간 촌스럽다. 공개해도 임팩트가 덜하다. '2년 전 작업이니까...' 하는 변명이 붙는다. 타이밍을 놓친다. 브랜드가 막 론칭했을 때가 가장 핫하다. SNS에 화제가 됐을 때 "이거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고 싶다. 근데 그때는 말 못 한다. 2년 뒤에나 말할 수 있다. 그때쯤이면 다들 관심 없다. 친구가 물었다. "요즘 뭐 하냐?" "어떤 브랜드 작업하는데... 말 못 해." "언제 볼 수 있는데?" "2025년쯤?" "..." 대화가 끝난다. 클라이언트는 몰라준다 프로젝트 끝나고 회식했다. 클라이언트 대표가 왔다. "덕분에 성공적이었습니다. 주변에 많이 알리겠습니다." 고맙다. 근데 실제로는 못 알린다.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을은 본 프로젝트의 실행 사실을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마케팅 효과 극대화하려고 비밀 유지하는 거다. 런칭 전까지 새는 거 막아야 한다. 런칭 후에는 자기네들이 자체 제작한 것처럼 포장한다. 결국 디자이너 이름은 안 나간다. 영화로 치면 감독 이름 없는 영화다. 건축으로 치면 건축가 없는 건물이다. 근데 브랜드 디자인은 원래 그렇다. 익명의 작업이다. 가끔 속상하다. 길 가다가 내가 만든 브랜드 간판 본다. 편의점에서 내가 디자인한 패키지 본다. 지하철 광고에서 내가 만든 포스터 본다. 아무도 모른다. 나만 안다. 묘한 기분이다. 업계 사람들만 아는 비밀 같은 업계 디자이너들끼리는 안다. "그거 너희가 했구나." 로고 봤을 때 느낌으로 안다. 컨셉, 타이포그래피, 컬러 시스템. 작업 스타일 보면 어느 에이전시 작업인지 추측 가능하다. 가끔 SNS에 DM 온다. "혹시 이거 작업하셨나요?" 대답 못 한다. "죄송합니다. 말씀드릴 수 없어요." 근데 서로 다 안다. 업계 모임 가면 조심스럽게 묻는다. "OO 브랜드 작업 어땠어요?" "...힘들었죠 뭐." 직접적으로 인정은 안 한다. 근데 분위기로 통한다. 일종의 암묵적 인정이다. 공개적으로는 못 올려도 업계 내에서는 평판이 쌓인다. "쟤네 에이전시 OO 프로젝트 했대." 소문으로 퍼진다. 이게 진짜 포트폴리오다. 보이지 않는 포트폴리오. 가치의 역설 아이러니하다. 공개할 수 없는 프로젝트일수록 실제로는 더 큰 프로젝트다. NDA 안 걸리는 작업들. 대부분 소규모 클라이언트다. 예산 적고, 영향력 작다. NDA 빡센 작업들. 대기업, 상장사, 글로벌 브랜드. 예산 크고, 영향력 크다. 결국 내 실력을 증명하는 프로젝트들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이력서에 쓴다. "대기업 계열사 브랜딩 (NDA)" "글로벌 브랜드 BI 개발 (NDA)" 근데 설득력 없다. 증거가 없으니까. "정말요? 어느 회사인데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아..." 대화 끝.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게 가장 자랑 못 하는 거다. 그래도 하는 이유 오늘 신규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 있었다. 대형 유통사 PB 브랜드다. 계약서 먼저 받았다. NDA 조항 3페이지. "공개 불가 기간: 프로젝트 종료일로부터 3년" 3년이다. 2027년에나 공개 가능하다. 한숨 나왔다. 또 포트폴리오에 못 올린다. 근데 하기로 했다. 이유가 있다. 첫째, 실력은 쌓인다. 보여주든 말든 내 경험이다. 큰 프로젝트 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둘째, 레퍼런스는 쌓인다. 공개 못 해도 이력서엔 쓴다. 다음 클라이언트 설득할 때 쓴다. 셋째, 돈은 받는다. NDA 걸린 프로젝트가 페이 좋다. 비밀 유지하는 대가다. 넷째, 실제로 세상에 나간다. 내 이름은 안 나가도 작업은 나간다. 누군가는 쓴다. 누군가는 본다. 다섯째, 언젠가는 공개된다. 3년이든 5년이든 기다리면 된다. 그때 가서 정리해서 올리면 된다. 무엇보다, 이게 현실이다. 브랜드 디자이너의 숙명이다. 익명으로 세상을 바꾸는 일. 저녁 9시 퇴근했다. 지하철 탔다. 광고판에 내가 만든 로고 보인다. 6개월 전 프로젝트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다. "이 브랜드 요즘 핫하대." 미소 지었다. 포트폴리오엔 없다. Behance에도 없다. Dribbble에도 없다. 근데 지하철 광고판에 있다. 사람들 폰 속에 있다. 어쩌면 그걸로 충분하다. 집 도착했다. 아내가 물었다. "오늘 어땠어?" "좋은 프로젝트 시작했어." "어떤 건데?" "...말 못 해." 아내가 웃었다. "또?" "응. 또."가장 자랑스러운 일을 가장 조용히 한다. 그게 이 일의 본질이다.

톤앤매너 가이드라인, 브랜드의 사용설명서

톤앤매너 가이드라인, 브랜드의 사용설명서

톤앤매너 가이드라인, 브랜드의 사용설명서 로고 하나 만들었다고 끝? 클라이언트가 연락했다. "로고 너무 좋아요. 근데 명함이랑 SNS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3개월 전에 납품한 프로젝트다. 로고 완성하고 AI 파일 넘기면서 끝냈다. 그게 실수였다. 클라이언트가 보낸 명함 시안을 봤다. 로고는 있는데 완전히 다른 브랜드 같았다. 폰트는 고딕, 컬러는 형광 노랑. 우리가 잡은 컨셉은 '절제된 럭셔리'였는데. "가이드라인 안 만들어드렸나요?" 물었더니 "그게 뭐예요?" 라고 한다. 내 잘못이다.로고 디자인은 시작이다. 끝이 아니다. 로고만 던져주면 클라이언트는 뭘 해야 할지 모른다. 디자이너가 아니니까. 그날 저녁, 톤앤매너 가이드라인 30페이지를 밤새 만들었다. 무료로. 내 책임이었으니까. 6개월 후, 브랜드가 망가진다 작년에 런칭한 카페 브랜드가 있다. 로고 예뻤다. 컨셉은 '북유럽 미니멀'. 베이지, 화이트, 우드톤. 6개월 후 인스타그램을 봤다. 충격이었다. 형광 핑크 이벤트 배너. 만화체 폰트. 무료 템플릿에서 가져온 듯한 그래픽. 브랜드가 사라졌다. 로고만 붙어있을 뿐이었다. 전화했다. "디자인 누가 하세요?" "아르바이트생이요. 인스타 잘해서." 가이드라인을 안 만들었다. 로고, BI 세트, 명함만 납품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클라이언트는 디자인을 몰랐고, 아르바이트생은 예쁜 걸 좋아했다. 브랜드 컨셉 같은 건 몰랐다. 3개월 공들여 만든 브랜드가 6개월 만에 무너졌다.그때 깨달았다. 가이드라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브랜드의 사용설명서다. 디자이너가 떠난 후에도 브랜드는 계속 쓰인다. SNS 배너, 전단지, 이벤트 포스터, 굿즈. 그 모든 걸 디자이너가 만들 수 없다. 그럼 뭘 남겨야 하나. 가이드라인이다. 클라이언트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당연한 얘긴데 자꾸 까먹는다. "로고는 5mm 이상으로만 쓰세요." 말로만 하면 안 된다. 6개월 후엔 잊는다. 1년 후엔 담당자가 바뀐다. "브랜드 컬러는 이 느낌으로." 느낌은 전달 안 된다. 내가 보는 베이지와 클라이언트가 보는 베이지는 다르다. "폰트는 고딕 말고 명조로." 그럼 어떤 명조? 몇 pt? 자간은? 디자이너는 감으로 안다. 클라이언트는 모른다. 그래서 적어줘야 한다. 구체적으로. 작년에 화장품 브랜드 작업했다. 로고 작고 섬세했다. 최소 사용 사이즈 15mm로 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3개월 후 박람회 포스터 시안이 왔다. 로고가 3mm였다.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가이드라인에 15mm라고 적혀있잖아요." "아 그거요? 파일을 못 찾았어요." PDF로 줬는데 못 찾는다. 이메일에 묻혔나보다.그 다음부턴 가이드라인을 두 곳에 준다. PDF 파일, 그리고 Notion 페이지. 링크로 바로 볼 수 있게. 담당자 바뀌면 링크만 넘기면 된다. 파일 찾을 필요 없다. 가이드라인엔 뭘 넣나 처음엔 막연했다. 뭘 써야 할지. 지금은 템플릿이 있다.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같다. 1. 브랜드 에센스컨셉 한 문장 키워드 3개 무드보드디자인 의도를 적는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가." 클라이언트가 브랜드를 이해하게. 2. 로고 시스템메인 로고, 서브 로고, 시그니처 컬러 버전 / 흑백 버전 최소 사이즈 (mm 단위로) 여백 규정 (로고 높이의 몇 배) 금지 사항 (변형 예시)실제 사용 예시를 넣는다. 명함, 간판, 쇼핑백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3. 컬러 시스템메인 컬러 / 서브 컬러 RGB, CMYK, HEX 코드 (다 적는다) 컬러 조합 예시 배경색 가이드"메인 컬러는 80% 이상 쓰지 마세요" 같은 룰도 넣는다. 4. 타이포그래피메인 폰트 / 서브 폰트 사용 위계 (제목 / 본문 / 캡션) 자간, 행간 권장값 폰트 라이선스 정보폰트 구입 링크도 넣어준다. 라이선스 만료되면 알람 오게. 5. 그래픽 요소패턴, 아이콘, 일러스트 스타일 사용 예시 금지 예시6. 적용 예시명함, SNS, 패키지, 사이니지 실제 목업 이미지이게 제일 중요하다. 글로만 적으면 이해 못 한다. 이미지로 보여줘야 한다. 가이드라인 만드는 데 일주일 로고 작업보다 오래 걸린다. 진짜다. 로고는 3주. 가이드라인은 1주. 비율이 그렇다. 처음엔 이해 못 했다. "로고 만드는 게 메인인데 왜 가이드라인에 일주일을?" 지금은 안다.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로고는 의미 없다. 최소 사이즈 정하는 데만 하루 걸린다. 로고를 5mm, 10mm, 15mm, 20mm로 출력해본다. 실물로. 모니터랑 다르니까. 명함에 찍어본다. 간판 목업 만들어본다. 쇼핑백에 얹어본다. 그래야 "이 사이즈 이하론 안 되겠다" 감이 온다. 컬러 코드 정리하는 데도 반나절. RGB, CMYK, Pantone, HEX. 다 다르다. 인쇄소마다 달라 보인다. 실제 종이에 출력해서 확인한다. 모니터 색이랑 다르니까. CMYK로 찍으면 어떻게 나오는지 봐야 한다. 폰트 자간, 행간은 실제 명함, 브로슈어 레이아웃 짜보면서 정한다. 숫자로 딱 정해놔야 나중에 안 헷갈린다. 일주일 꼬박 걸린다. 근데 이게 없으면 1년 후 다시 문의 온다. "이거 어떻게 써야 하죠?" 차라리 일주일 투자하는 게 낫다. 가이드라인을 무시하는 클라이언트 만들어줘도 안 보는 클라이언트 있다. "PDF 받았는데 용량이 커서 못 열었어요." 30MB였다. 요즘 폰으로도 여는데. "가이드라인대로 하니까 디자인이 딱딱해요." 그게 브랜드 일관성이다. "이번만 예외로 형광색 써도 될까요?" 예외는 없다. 한 번 허용하면 계속 무너진다. 제일 황당했던 건 이거다. "가이드라인 멋지긴 한데, 실제로 쓰기엔..." 그럼 왜 만들었나. 이런 클라이언트는 대부분 가격에 민감하다. "로고만 주시면 되는데 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요? 비용 아까운데." 설득한다. "지금 2주 더 투자하면 1년 후 브랜드 일관성 유지됩니다. 그게 비용 절감이에요." 안 먹힌다. 결국 로고만 받아간다. 6개월 후 연락 온다. "브랜드가 왜 이렇게 중구난방이죠?" 그때 가서 가이드라인 만들자고 하면 비용이 두 배다. 처음부터 만드는 거랑 나중에 정리하는 건 난이도가 다르니까. 가이드라인 업데이트가 필요할 때 한 번 만들면 영원한 줄 알았다. 아니다. 브랜드는 산다. 성장한다. 변한다. 처음엔 로고, 명함, SNS만 있었다. 1년 후 패키징이 생긴다. 2년 후 굿즈가 나온다. 3년 후 공간 브랜딩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에 없는 케이스가 생긴다. "텀블러에 로고 넣으려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가이드라인엔 평면만 있다. 곡면 적용 예시가 없다. "야광 간판 만드는데 컬러가 이상해요." 발광 재질은 생각 못 했다. "굿즈 패키지에 로고 몇 개 들어가야 하죠?" 규정이 없다. 그럴 때마다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다. 버전 2.0, 3.0. 연간 계약 클라이언트는 1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 해준다. 신규 적용 사례 추가, 금지 사항 보완. 브랜드가 크면 가이드라인도 커진다. 처음엔 30페이지, 3년 후엔 80페이지. 그게 정상이다. 브랜드가 성장한다는 증거다.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망하는 경우 만능은 아니다. 가이드라인 완벽하게 만들었는데 브랜드 망한 경우 봤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된다고 생각해서. "가이드라인대로 했는데 왜 브랜드가 재미없죠?" 클라이언트가 물었다. 봤더니 로고, 컬러, 폰트 다 맞다. 근데 레이아웃이 지루하다. 이미지가 뻔하다. 카피가 재미없다.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룰이다. 그 안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요리로 치면 레시피다. 레시피대로만 하면 맛없는 음식 나올 수 있다. 불 조절, 타이밍, 정성이 필요하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경우. 가이드라인이 너무 빡빡해서 아무도 못 따라하는 경우. "로고 여백은 정확히 8.5mm, 자간은 -5, 행간은 180%..." 이러면 디자이너도 짜증난다. 룰은 심플해야 한다.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로고 주변엔 로고 높이만큼 여백" 이 정도면 된다. 정확히 8.5mm 안 맞아도 브랜드 안 망한다.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한다 요즘은 가이드라인 PDF만 안 준다. 설명회를 한다. 클라이언트 팀 전체 모아놓고 1시간. 가이드라인을 같이 본다. "왜 이 컬러를 선택했는지", "로고 최소 사이즈가 왜 중요한지", "이렇게 쓰면 안 되는 이유". PDF만 받으면 안 본다. 같이 보면 이해도가 다르다. 마케팅 팀, 영업 팀, 운영 팀. 모두 브랜드를 쓴다. 다 알아야 한다. 설명회 후 Q&A 시간 갖는다. "인스타 스토리에는 어떻게 써요?", "전단지는요?", "간판은요?" 그 자리에서 즉석 목업 만들어준다. 노트북 들고 가서. 한 시간 투자하면 나중에 문의 전화 안 온다. 효율적이다. 가이드라인은 브랜드의 헌법 디자이너는 떠난다. 클라이언트는 남는다. 브랜드는 계속 쓰인다. 5년, 10년. 그동안 담당자 바뀐다. 대표 바뀐다. 디자인 트렌드 바뀐다. 그래도 브랜드는 유지돼야 한다. 일관성이 생명이니까. 가이드라인은 그 일관성을 지키는 장치다. "이건 왜 이래요?" 물으면 가이드라인 보여준다. "처음 만들 때 이런 의도였습니다." 신입이 와도, 외주 디자이너가 와도, 가이드라인 보면 안다. "아 이 브랜드는 이런 거구나." 가이드라인은 브랜드의 헌법이다. 함부로 바꾸면 안 된다. 물론 시대에 맞게 개정은 필요하다. 근데 본질은 지켜야 한다. 로고 리뉴얼해도 가이드라인은 업데이트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요즘은 프로젝트 견적에 가이드라인을 필수로 넣는다. "로고 디자인 + 가이드라인 30페이지" 세트다. 클라이언트가 "가이드라인 빼면 안 돼요?"라고 물으면 "그럼 6개월 후 브랜드 망가집니다"라고 한다. 농담 아니다. 진짜 망가진다. 여러 번 봤다. 가이드라인 없는 브랜드는 사용설명서 없는 가전제품이다. 켤 순 있는데 제대로 못 쓴다.가이드라인 만드는 일주일이 1년 후를 지킨다.

인스타그래머를 위한 로고는 다르다

인스타그래머를 위한 로고는 다르다

프로필 사진의 반란 클라이언트가 말했다. "우리 로고, 인스타 프로필에서 안 보여요." 명함엔 멀쩡했다. A4 제안서에도 괜찮았다. 근데 110x110픽셀 프로필 사진으로 들어가는 순간, 망했다. 디테일은 뭉개지고, 글자는 읽히지 않고, 색상은 번졌다. 2015년만 해도 이런 일 없었다. 명함, 간판, 브로슈어. 그게 브랜딩의 전부였다. 로고는 인쇄물 기준으로 만들면 됐다. CMYK 색상, 1mm 두께 선, 8pt 글자. 이게 룰이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이 첫인상이다. 110픽셀 원 안에서 브랜드가 결정된다. 네이버 블로그 썸네일, 카카오톡 채널 프로필, 유튜브 채널 아트. 전부 디지털 스크린이다. 지난주 미팅에서 한 스타트업 대표가 물었다. "로고 왜 이렇게 단순하게 만드셨어요?"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세요." 핸드폰 꺼내서 프로필 사진 띄웠다. 알아봤다. 한눈에.110픽셀의 진실 실험했다. 기존 로고 50개를 인스타 프로필 사이즈로 줄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섬세한 세리프체? 뭉개졌다. 가는 라인 워크? 사라졌다. 그라데이션? 얼룩이 됐다. 심벌과 로고타입 조합? 심벌만 남고 글자는 안 읽혔다. 명품 브랜드들 봤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얘네 로고는 역사가 100년이다. 당연히 인쇄물 시대 디자인이다. 근데 인스타에선? 심벌만 쓴다. 로고타입은 버린다. 나이키 스우시, 애플 사과, 맥도날드 M. 얘넨 애초에 심벌이 강했다. 지금 시대에 완벽하다. 110픽셀에서도 또렷하다. 요즘 스타트업 로고 트렌드? 심벌 중심, 단순한 도형, 뚜렷한 색상. 이유가 있었다. 다 인스타그램 때문이다. 작년에 리브랜딩한 패션 커머스 업체. 기존 로고는 브랜드명 12글자에 장식적 심벌. 예뻤다. 근데 앱 아이콘으로 쓰니까 답 없었다. 새 로고는? 브랜드 이니셜 한 글자. 기하학적 도형 안에. 3가지 색만 사용. 모바일에서 죽였다. 클라이언트가 처음엔 너무 단순하다고 했다. 3개월 뒤엔 인스타 팔로워 30% 늘었다며 연락 왔다.가독성 vs 심미성 디자인 스쿨에서 배운 건 심미성이었다. 균형, 조화, 디테일. 교수님은 말했다. "1mm 차이가 브랜드를 만든다." 맞는 말이다. 인쇄물에선. 디지털에선? 가독성이 먼저다. 0.1초 만에 인식돼야 한다. 스크롤 속도가 그렇다. 멈춰서 자세히 보는 사람 없다. 명함 디자인과 프로필 사진 디자인은 다른 게임이다. 명함은 손에 들고 본다. 10초, 20초 본다. 디테일 보인다. 엠보싱, 박, 형압. 다 의미 있다. 프로필 사진은? 피드에서 0.5초 본다. 심벌 알아보고 넘어간다. 끝이다. 디테일은 안 본다. 못 본다. 클라이언트들한테 설명하기 제일 어려운 부분이다. "너무 단순한 거 아니에요?" 계속 듣는다. 이렇게 답한다. "브랜딩은 매체가 결정합니다." 오프라인 매장 있으면? 간판 고려해야 한다. 멀리서 봐도 보여야 한다. 야간 조명도 생각해야 한다. 온라인만 하면? 디지털 스크린이 전부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OLED, LCD. 색상 표현이 다르다. RGB로 작업해야 한다. 요즘은 다크모드도 고려한다. 흰 배경, 검은 배경 둘 다 테스트한다. 인스타 프로필은 흰 배경이다. 스토리는 다양하다. 다 달라 보인다. 지난달에 뷰티 브랜드 로고 만들었다. 심벌은 화장품 용기에 들어갈 거였다. 작았다. 2cm. 근데 인스타 프로필에도 쓴다고 했다. 두 가지 버전 만들었다. 용기용, 디지털용. 용기용은 디테일 살렸다. 섬세한 라인, 그라데이션. 디지털용은 단순화했다. 솔리드 컬러, 두꺼운 라인. 클라이언트가 물었다. "왜 두 개예요?" 설명했다. "용기는 가까이서 봅니다. 프로필은 멀리서 봅니다. 매체가 다르면 디자인도 달라야 합니다." 이해했다. 예산 15% 올려줬다.컬러의 배신 PANTONE 컬러 200개 중에서 고르던 시절이 있었다. 인쇄소랑 통화하면서 "이번엔 348C로 가주세요" 했다. 지금은? HEX 코드 6자리다. #FF6B6B. 이게 전부다. RGB 값 확인하고, 모니터마다 다르게 보이는 거 감수하고, 그냥 간다. 문제는 디바이스마다 색이 다르다는 거다. 아이폰, 갤럭시, LG그램, 맥북. 전부 다르다. 같은 HEX 코드인데 다르게 보인다. 작년에 F&B 브랜드 작업했다. 시그니처 컬러는 코랄 핑크였다. 따뜻한 느낌, 식욕 자극, 브랜드 아이덴티티. 완벽했다. 론칭하고 일주일 뒤 연락 왔다. "인스타에서 색이 이상해요." 확인했다. 갤럭시에선 주황색으로 보였다. 아이폰에선 핑크가 맞았다. 문제는 갤럭시 점유율이 한국에서 더 높다는 거였다. 결국 색 바꿨다. 조금 더 진한 핑크로. 주황색으로 안 보이는 선에서. 클라이언트는 불만이었다. "원래 색이 더 예뻤는데." 맞다. 근데 어쩌겠나. 타겟 유저 80%가 갤럭시 쓴다. 요즘은 로고 컬러 정할 때 무조건 테스트한다. 아이폰 12, 갤럭시 S23, LG그램, 맥북 프로. 4개 기기에 띄워본다. 색상은 3가지 이하로 제한한다. 복잡하면 디바이스 간 차이가 더 심하다. 단순할수록 일관성 유지된다. 그라데이션은? 웬만하면 안 쓴다. 인스타 프로필 사이즈에서 그라데이션은 얼룩이다. 쓰려면 명확한 2컬러 그라데이션. 3컬러 이상은 재앙이다. 타이포의 몰락 예전엔 로고타입이 주인공이었다. 브랜드명을 어떤 서체로 쓰느냐가 아이덴티티였다. 코카콜라 스펜서리안 스크립트, IBM 헬베티카, 구글 Product Sans. 전부 로고타입 중심이다. 근데 인스타에선? 안 보인다. 110픽셀 원 안에 10글자 브랜드명 넣으면 읽기 힘들다. 최근 5년간 만든 로고 67개 분석했다. 심벌 위주가 42개, 로고타입 위주가 25개. 근데 실제로 인스타 프로필에 쓸 때? 42개 전부 심벌만 썼다. 로고타입 25개 중 18개도 결국 이니셜 심벌 추가로 만들었다. 타이포그래피는 디테일 싸움이다. 자간, 행간, 커닝. 1픽셀 차이로 느낌 달라진다. 근데 110픽셀에선? 그런 거 안 보인다. 요즘은 로고 납품할 때 기본으로 3가지 준다. 풀 로고(심벌+로고타입), 심벌만, 이니셜 심벌. 클라이언트한테 설명한다. "풀 로고는 웹사이트 헤더, 명함, 봉투에 쓰세요. 심벌은 인스타 프로필, 앱 아이콘에 쓰세요. 이니셜은 파비콘이나 워터마크에 쓰세요." 처음엔 이해 못 한다. "왜 이렇게 복잡해요?" 설명한다. "매체가 다양해서입니다. 예전엔 명함 하나면 됐습니다. 지금은 20개 매체에 다 들어갑니다." 이해한다. 추가 비용 준다. 인플루언서의 교훈 작년에 재밌는 프로젝트 했다. 인플루언서 개인 브랜딩. 팔로워 50만. 뷰티 카테고리. 첫 미팅에서 물었다. "브랜드 방향성이 어떻게 되세요?" 답했다. "잘 모르겠는데, 일단 프로필 사진 예쁘게 만들어주세요." 웃겼다. 근데 맞는 말이었다. 인플루언서한텐 프로필 사진이 전부다. 피드에서 이름 클릭하면 프로필로 간다. 첫인상이 거기서 결정된다. 팔로우 할지 말지 3초 안에 정한다. 분석했다. 팔로워 많은 인플루언서 200명. 프로필 사진 타입 분류했다. 얼굴 직접 나온 경우: 142명. 심플한 로고/심벌: 38명. 복잡한 디자인: 20명. 재밌는 건 성장률이었다. 심플한 로고 쓴 38명의 월평균 팔로워 증가율이 제일 높았다. 7.2%. 얼굴 나온 그룹은 5.8%. 복잡한 디자인은 3.1%. 이유? 브랜드처럼 보였다. 전문적이었다. 신뢰감 줬다. 그 인플루언서한테 심벌 만들어줬다. 이니셜 기반, 미니멀한 도형, 파스텔 핑크 1컬러. 3개월 뒤 팔로워 68만 됐다. 연락 왔다. "프로필 바꾸고 협찬 제안 2배 늘었어요." 당연하다. 브랜드처럼 보이니까. 요즘은 인플루언서가 브랜드 디자인 더 잘 이해한다. 기업 마케팅 담당자보다. 왜? 본인이 직접 인스타 운영하니까. 매일 프로필 사진 본다. 110픽셀의 중요성 안다. 대기업 마케터는? 인쇄물 시대 사고방식이다. "디테일 살려주세요", "프리미엄한 느낌으로", "고급스럽게". 묻는다. "인스타 프로필에서 보셨어요?" 안 봤다. 앱 아이콘의 역습 로고 작업하면서 제일 스트레스 받는 게 뭔지 아나? 앱 아이콘이다. iOS 앱 아이콘 기본 사이즈: 1024x1024픽셀. 근데 홈 화면에 보이는 건 60x60픽셀. 17배 축소된다. 더 문제는 라운드 처리다. 아이폰은 모서리 둥글게 깎는다. 안드로이드는 원형으로 크롭한다. 같은 디자인인데 다르게 보인다. 작년에 배달앱 리뉴얼 작업했다. 로고는 사각형 프레임에 맞춰 디자인했다. 균형 잡혔다. 예뻤다. 앱 아이콘 넣었더니? 모서리 잘려서 답답해 보였다. 안드로이드 원형으로 하니까 심벌이 너무 작아졌다. 다시 만들었다. 아이콘 전용 버전. 중앙에 집중, 여백 충분히, 라운드 처리 고려. 결과? 로고랑 달라 보였다. 클라이언트가 물었다. "이거 같은 브랜드 맞아요?" 설명했다. "매체 특성상 어쩔 수 없습니다." 이해 못 했다. 설득하는 데 2주 걸렸다. 요즘은 처음부터 앱 아이콘 고려해서 로고 만든다. 원형, 사각형, 라운드 사각형. 3가지 프레임에서 다 테스트한다. 홈 화면에서 다른 앱들이랑 나란히 놓고 본다. 띄나? 묻히나? 한눈에 알아보나? 인스타그램 앱 아이콘 봐라. 그라데이션 카메라. 완벽하다. 유튜브는 빨간 플레이 버튼. 스포티파이는 초록 원에 음파. 전부 단순하다. 전부 강하다. 복잡한 앱 아이콘? 기억 안 난다. 이름 기억하려고 폴더 열어본다. 다크모드의 복수 2019년부터 다크모드가 대세가 됐다. iOS 13, 안드로이드 10. 다 지원한다. 문제는 로고다. 흰 배경에 맞춰 만든 로고, 검은 배경에서 안 보인다. 특히 검은색 로고는 재앙이다. 다크모드에서 사라진다. 작년에 패션 브랜드 로고 작업했다. 블랙 계열 미니멀 디자인. 세련됐다. 고급스러웠다. 클라이언트 만족했다. 인스타 다크모드로 보니까? 없어졌다. 검은 배경에 검은 로고. 윤곽선만 희미하게. 해결책? 라이트 버전 추가로 만들었다. 흰색 라인, 밝은 회색 배경. 다크모드 전용. 클라이언트가 불만이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블랙인데요." 설명했다. "안 보이면 아이덴티티도 없습니다." 결국 수용했다. 가이드라인에 다크모드 버전 추가됐다. 요즘은 로고 만들 때 무조건 두 버전 만든다. 라이트 배경용, 다크 배경용. 색 반전만으로 해결 안 된다. 따로 조정해야 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봐라. 다 다크모드 버전 따로 있다. 디테일 다르다. 색상 다르다. 두께 다르다. 이제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다크모드 챕터가 필수다. "어두운 배경에서 브랜드 색상이 어떻게 보이나", "가독성 확보 방법", "대체 색상 팔레트". 추가 작업이다. 추가 비용이다. 근데 안 하면? 유저 절반은 안 보는 브랜드 된다. 정사각형의 독재 인스타그램 피드는 정사각형이다. 1:1 비율. 절대 권력이다. 로고는? 대부분 가로형이다. 3:1, 4:1. 브랜드명이 옆으로 길다. 피드에 올리면? 위아래 여백 생긴다. 답답하다. 로고가 작아 보인다. 해결책은 정사각형 버전이다. 심벌 위에 로고타입. 세로 구조. 1:1 비율에 최적화. 근데 이것도 문제다. 가로형이랑 느낌 다르다. 같은 브랜드 같지 않다. 지난달에 홈퍼니싱 브랜드 작업했다. 로고는 가로로 길었다. 제품 사진 위에 올리면 예뻤다. 웹사이트 헤더에도 잘 맞았다. 인스타 피드에선? 끔찍했다. 여백 투성이. 로고 졸라 작았다. 정사각형 버전 만들었다. 심벌 중심, 브랜드명 아래, 1:1 비율. 피드에 완벽했다. 클라이언트가 걱정했다. "버전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세어봤다. 풀 로고 가로형, 풀 로고 세로형, 심벌, 이니셜, 다크모드 버전, 앱 아이콘. 6개. 많다. 근데 어쩌겠나. 매체가 그렇다. 설명했다. "코카콜라도 버전 10개 넘습니다. 글로벌 브랜드 평균 15개입니다." 이해했다. 납득했다. 요즘은 로고 디자인보다 로고 시스템 디자인이다. 하나 만들고 끝이 아니다. 매체별로 최적화한 버전 만든다. 브랜딩은 일관성이다. 근데 일관성은 같은 모양이 아니다. 같은 느낌이다. 매체마다 다르게 생겼어도 같은 브랜드로 느껴지게. 그게 진짜 일관성이다. 애니메이션의 시대 정적인 로고는 끝났다. 움직이는 로고가 대세다. 인스타 스토리, 릴스, 틱톡. 전부 영상이다. 거기 들어갈 로고는 움직여야 한다. 2초짜리 로고 애니메이션. 브랜드 영상 처음과 끝에 들어간다. 이게 요즘 기본이다. 문제는 정적 로고 디자인할 때 애니메이션 생각 안 한다는 거다. 나중에 움직이려니까 안 된다. 요소가 너무 복잡하다. 움직일 게 없다. 요즘은 처음부터 애니메이션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어느 부분이 움직일까? 어떤 순서로 나타날까? 2초 안에 완성될까? After Effects 켜고 실시간으로 테스트한다. 안 되면 디자인 수정한다. 지난달에 테크 스타트업 로고 만들었다. 기하학적 도형 조합. 정적으로도 괜찮았다. 근데 애니메이션 넣으니까 살았다. 도형들이 따로 날아와서 조합된다. 2초. 클라이언트가 환호했다. "이거 영상 오프닝에 완벽하네요." 당연하다.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요즘 클라이언트들한테 묻는다. "영상 콘텐츠 만드세요?" 대부분 만든다. 그럼 애니메이션 버전 기본으로 포함한다. 추가 비용? 받는다. 애니메이션은 다른 작업이다. 시간 더 든다. 전문성 다르다. 근데 안 만들 수 없다. 영상 시대니까. 로고가 안 움직이면? 시대에 뒤처진 브랜드처럼 보인다. 브랜딩의 새로운 기준 인쇄물 시대의 로고는 명함 크기가 기준이었다. 가로 9cm. 거기 들어가면 됐다. 디지털 시대의 로고는? 110픽셀 원이 기준이다. 거기서 안 보이면 실패다. 이게 변화의 본질이다. 매체가 바뀌면 디자인 기준도 바뀐다. 명함에서 간판으로 갈 땐? 크기만 키우면 됐다. 비율 유지하면서. 간판에서 프로필 사진으로 갈 땐? 단순화해야 한다. 디테일 버려야 한다. 본질만 남겨야 한다. 이게 어렵다. 클라이언트 설득이 제일 어렵다. "너무 심플한 거 아니에요?" 계속 듣는다. 보여준다. 인스타 프로필 목업. 경쟁사 로고들이랑 나란히. 한눈에 티 나나? 납득한다. 대부분. 안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브랜드는 전통이 중요해요. 디테일이 중요해요." 존중한다. 근데 말해준다. "전통은 매체를 가리지 않습니다. 본질을 지키면서 형태는 바뀔 수 있습니다." 듣는다. 가끔. 브랜딩은 집착이 아니다. 고정이 아니다. 본질을 지키면서 형태는 유연하게. 매체에 맞춰서. 유저 경험에 맞춰서. 인스타그래머를 위한 로고? 다르다. 당연히 다르다. 매체가 다르니까. 기준이 다르니까.프로필 사진 110픽셀이 브랜딩의 새 기준이 된 시대다. 디테일보다 인식성이다.

폰트 이름만 보고 톤앤매너를 아는 법

폰트 이름만 보고 톤앤매너를 아는 법

폰트 이름만 보고 톤앤매너를 아는 법 어제 클라이언트한테 메일이 왔다. "폰트는 Montserrat로 가주세요." 본문 읽기도 전에 안다. 세련되고 싶은데 돈은 없는 스타트업. 글로벌 느낌 내고 싶은데 영어 잘 못하는 대표. "우리도 구글처럼 보이게 해주세요" 할 그림이 그려진다. 틀리지 않았다. 내용 확인하니 핀테크 스타트업. 시리즈 A 투자 받고 브랜딩하는 곳. 9년 하니까 이런 게 보인다.Montserrat는 가난한 디자이너의 친구 구글 폰트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무료 폰트. Helvetica 못 사는 사람들의 대안. "산세리프로 깔끔하게 가고 싶어요" 하면 등장한다. 나쁜 폰트 아니다. 오히려 잘 만들어졌다. 문제는 너무 흔하다는 것. Montserrat 쓰는 브랜드의 공통점.예산이 빡빡하다 디지털 중심이다 글로벌 진출을 꿈꾼다 실제론 한국 시장만 본다 "미니멀하게" 주문한다초반에는 나도 많이 썼다. 경력 2~3년차 때. 클라이언트한테 폰트 라이선스 설득하기 어려웠다. "폰트에 왜 돈을 내요? 그냥 쓰면 안 돼요?" 그래서 Montserrat. 무료고 괜찮으니까. 클라이언트도 만족한다. 처음엔. 6개월 지나면 연락 온다. "우리랑 비슷한 로고가 너무 많아요." 그때 설명한다. 폰트 라이선스의 의미를. 차별화의 시작이 타이포그래피라는 것을. 요즘은 Montserrat 제안 안 한다. 클라이언트가 먼저 말하면 말린다. "다른 거 보여드릴게요. 한 번만 믿어보세요." 대부분 설득된다. 프레젠테이션 잘하면. Noto Sans는 안전빵 구글이 만든 범용 폰트. 모든 언어를 지원한다는 목표. 한글도 깔끔하게 나온다. 공공기관이 좋아한다. 관공서 홈페이지 10개 중 7개. "누구나 읽을 수 있어야 해요" 하면 Noto Sans. Noto Sans 프로젝트의 특징.클라이언트가 보수적이다 의사결정권자가 여러 명이다 "무난하게" 가 핵심 키워드다 브랜딩보다 정보 전달이 우선이다 논란 만들기 싫어한다작년에 지자체 브랜딩 PT 갔었다. 담당 공무원이 첫 마디로 했다. "폰트는 Noto Sans 써주세요. 우리 기본 서체라서요." PT 준비한 게 물거품. Graphik 써서 컨셉 잡았는데. 그날 배웠다. 공공기관은 클라이언트 이해가 먼저라는 것. 그들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 결국 Noto Sans로 갔다. 대신 웨이트 믹스로 변화를 줬다. Light와 Bold 조합. 행간 넓게 잡고.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제약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도 디자인이다.Didot은 럭셔리의 상징 세리프의 끝판왕. 가늘고 날카로운 선. 클래식하면서 모던하다. 패션 브랜드가 사랑한다. Vogue 로고가 Didot 베이스. 명품 브랜드 절반이 Didot 계열. Didot 쓰는 클라이언트의 공통점.예산이 넉넉하다 타겟이 명확하다 프리미엄 포지셔닝한다 디테일에 집착한다 "고급스럽게" 주문한다3년 전 화장품 브랜드 작업. 대표가 Didot 지정했다. "샤넬 같은 느낌으로요." 첫 PT에서 말했다. "Didot은 영문에선 좋은데 한글 조합이 어렵습니다." 대표가 단호했다. "그럼 영문 로고만 가죠. 한글은 서브로." 그게 답이었다. 영문 Didot, 한글 명조 커스텀. 조합의 밸런스가 관건. 6개월 작업했다. 한글 명조 커스텀에만 2개월. Didot 느낌 살리면서 한글 가독성 확보.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론칭 후 매출 30% 상승. 리브랜딩 성공 사례로 업계에 회자됐다. Didot은 까다롭다. 잘못 쓰면 촌스럽다. 너무 많이 쓰면 과하다. 적재적소가 중요하다. 폰트로 보는 클라이언트 심리 9년 하면서 발견한 패턴. 폰트 선택엔 심리가 담긴다. "Helvetica 써주세요" - 애플 따라하고 싶다 "Gothic 계열로요" - 한국적이면서 모던하게 "손글씨 느낌으로" - 친근하게 보이고 싶다 "두껍게 써주세요" - 강하게 어필하고 싶다 폰트는 브랜드의 목소리다. 말투가 곧 성격인 것처럼. 작년에 재밌는 케이스. 카페 브랜딩 의뢰. 대표가 "Futura 써주세요" 했다. 궁금했다. "왜 Futura세요?"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들이 다 Futura더라고요." 솔직해서 좋았다. 그 솔직함이 브랜드 컨셉이 됐다. '정직한 커피' Futura로 로고 작업. 기하학적 형태가 정직함과 맞아떨어졌다. 대표도 만족했다. 클라이언트의 폰트 선호도. 그게 곧 브랜드 방향성이다. 타이포 감각은 시간의 축적 처음엔 몰랐다. Helvetica와 Arial의 차이. 다 비슷해 보였다. 3년차쯤 보이기 시작했다. 'e'의 각도 차이. 'a'의 꼬리 모양. 미세한 디테일.5년차엔 이름만 봐도 알았다. Gotham - 오바마 캠페인 느낌 Proxima Nova - 스타트업 감성 Avenir - 깔끔한데 따뜻함 Brandon Grotesque - 힙한 브랜드 지금은 자동이다. 클라이언트 첫 미팅. 업종, 타겟, 예산 들으면. 머릿속에 폰트 3개가 떠오른다. 이게 9년의 축적이다. 작년에 신입 디자이너가 물었다. "선배님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폰트 고르세요?"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냥 안다. 경험이 쌓이면. 대신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에 폰트 10개씩 공부해봐. 히스토리랑 쓰임새. 1년만 해도 달라져." 그 친구 진짜 했다. 노션에 폰트 데이터베이스 만들고. 브랜드별로 정리하고. 6개월 지나니 눈에 띄게 성장했다. 폰트 제안이 정확해졌다. 클라이언트 설득력도 올라갔다. 타이포그래피는 언어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는다. 폰트 라이선스, 이제는 설득 가능 초반엔 어려웠다. "폰트에 200만원요?" 클라이언트가 이해 못 했다. 지금은 달라졌다. 시장이 성숙했다. 클라이언트도 안다. 무료 폰트의 한계를. 요즘 프레젠테이션 방식.무료 폰트안 1개 유료 폰트안 2개 커스텀 폰트안 1개선택지를 주면 설득이 쉽다. 비교하면서 차이가 보인다. 작년 화장품 브랜드. 초반엔 무료 고집했다. 세 가지 안 보여주니까 바뀌었다. "이게 우리 브랜드 같아요." 유료 폰트안 선택. 라이선스 200만원 결제. 론칭 후 만족도 높았다. "확실히 차별화되네요." 폰트 라이선스는 투자다.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그걸 이해시키는 게 디자이너 역할. 한글 폰트의 어려움 영문은 쉽다. 26자 디자인하면 끝. 한글은 11,172자. 그래서 한글 폰트가 비싸다. 작업량이 다르다. 한글 폰트 선택의 기준.완성도 - 받침 조합 자연스러운가 웨이트 - 굵기 선택지 충분한가 확장성 - 영문 조합 매끄러운가국산 폰트 회사들 많이 좋아졌다. 산돌, 윤디자인, 어도비. 퀄리티 높다. 작년에 식품 브랜드 작업. 한글 중심 네이밍. '정성가득' 영문 폰트론 느낌 안 났다. 한글 서예 베이스 폰트 찾았다. 산돌 격동고딕. 대표가 첫 반응. "이거다!" 한글의 맛이 살아났다. 브랜드 정체성도 명확해졌다. 한글 타이포그래피. 아직 갈 길 멀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다. 트렌드와 본질 사이 요즘 트렌드. 베리어블 폰트. 두께 자유자유 조절. 재밌다. 기술적으로 진보했다. 하지만 본질은 같다. 폰트는 읽히기 위한 것. 브랜드를 전달하기 위한 것. 기술은 도구일 뿐. 작년 PT에서 베리어블 폰트 제안했다. 클라이언트가 물었다. "그래서 우리한테 뭐가 좋은데요?" 답 못 했다. 멋있어 보여서 제안한 것. 브랜드 본질과 무관했다. 떨어졌다. 당연하다. 그 후로 배웠다. 트렌드는 수단이라는 것. 목적이 아니라는 것. 지금은 트렌드 따라가지 않는다. 클라이언트에게 맞는 걸 찾는다. 그게 10년 전 폰트여도 상관없다. Garamond 500년 됐다. 여전히 아름답다. 여전히 쓰인다. 좋은 타이포그래피는 시대를 넘는다. 폰트 하나로 브랜드가 바뀐다 3년 전 리브랜딩 프로젝트. 로컬 베이커리. 15년 된 곳. 기존 로고는 Comic Sans 비슷한 거. 친근한데 촌스러웠다. 대표가 고민했다. "단골들이 익숙해하는데 바꿔도 될까요?" 제안했다. "폰트만 바꿔보시죠. 로고 형태는 유지하고." 기존 손글씨 느낌 살리면서. 세련된 스크립트 폰트로. Playlist Script. 론칭 후 반응이 갈렸다. 단골: "뭔가 달라졌는데 여전히 우리 가게네요" 신규: "여기 새로 생긴 데예요?" 둘 다 잡았다. 정체성 유지와 쇄신. 폰트 하나의 힘. 브랜드를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9년차의 폰트 선택 기준 지금 내 기준.클라이언트 이해도 70% 타겟 분석 20% 개인 취향 10%초반엔 반대였다. 개인 취향 70% 클라이언트 이해 30% 당연히 안 맞았다. 프로젝트마다 갈등. "이게 더 예쁜데 왜 안 돼요?" 경력 쌓이면서 바뀌었다. 클라이언트가 먼저. 그들의 브랜드니까. 하지만 10%는 남겨둔다. 내 철학을. 그게 없으면 기계다. 작년 한 프로젝트. 클라이언트 요구사항 다 맞췄다. 근데 10%를 못 넣었다. 결과물이 밋밋했다. 클라이언트도 느꼈다. "뭔가... 2% 부족한데요?" 그 2%가 디자이너의 10%다. 클라이언트는 모른다. 우리가 넣어줘야 한다. 폰트는 브랜드의 목소리 결국 타이포그래피는 커뮤니케이션이다. 브랜드가 세상에 말 거는 방식. Didot으로 말하는 브랜드. "우리는 클래식합니다. 하지만 모던합니다." Futura로 말하는 브랜드. "우리는 기하학적입니다. 합리적입니다." Montserrat로 말하는 브랜드. "우리는 세련됩니다. 접근 가능합니다." 폰트 이름만 들어도 톤앤매너가 보이는 이유. 그 폰트를 선택한 수많은 브랜드들의 목소리가 쌓여서. 9년간 수백 개 프로젝트. 폰트 고르는 시간이 제일 오래 걸린다. 컨셉의 시작이니까. 폰트가 정해지면 모든 게 따라온다. 컬러, 레이아웃, 톤앤매너. 거꾸로 안 된다. 디자인 다 하고 폰트 바꾸면. 전부 다시 해야 한다. 그래서 폰트가 먼저다. 항상.내일 클라이언트 미팅. Garamond 제안할 생각이다. 500년 된 폰트가 그들의 브랜드 스토리와 맞아떨어진다. 클래식이 때론 가장 모던한 법이다.